요즘 남자들, 왜 립밤에 집착할까?
트렌드 · 2025-05-08
립밤 없으면 불안한 남자들, 이상한가요?
출근길,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조용히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 입술을 바릅니다. 어색하지 않아요. 오히려 당연해 보입니다. 요즘은 그렇습니다. 남자도 립밤 하나쯤은 갖고 다녀야 “기본”인 시대니까요.
혹시 당신도 립밤이 없으면 불안한가요? 입술이 트는 게 아니라, 뭔가 나 자신이 지저분해 보일까 봐. 예전엔 이런 감정, 여자들만의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남성 뷰티, 일상이 되었습니다.
Z세대 남자들은 어떻게 꾸미는가?
요즘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퍼스널 컬러 진단이 인기입니다. 톤업 크림으로 피부 톤을 정리하고, 브로우 펜슬로 눈썹을 다듬고, 립밤은 물론 컬러 립도 종종 씁니다.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기도 하죠. “올리브영에서 ‘차앤박 톤업크림’이랑 ‘이니스프리 컬러밤’은 기본템이야.” 이런 말, 진지하게 오가는 대화입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건 루틴이 됩니다. 습관이 되고, 기준이 되고, 그걸 하지 않으면 자신이 부족해 보입니다. “나 오늘 눈썹 안 그렸는데 너무 흐려 보여” 같은 말이 남성들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죠.
외모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남자들이 갑자기 뷰티에 빠진 걸까요?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깊은 심리가 있습니다. 비교 피로. SNS를 켜면 잘생기고 피부 좋은 남자들이 넘쳐납니다. 필터로 가공된 그 얼굴들은 현실보다 현실 같고, 우리는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죠.
거기에 생존 전략이 더해집니다. 면접, 소개팅, SNS, 심지어 팀플에서도 첫인상은 결정적입니다. 피부 톤 하나, 눈썹 선 하나로 인상이 좌우되고, 평가는 내려집니다. 결국 외모는 생존 무기가 됩니다. 무장하지 않으면 탈락한다는 불안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렇습니다. 립밤 없으면 입술이 헐까 봐가 아니라, 못나 보여서 싫어요. 뭔가 나만 덜 준비된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요.
‘꾸안꾸’는 끝났다, 이제는 ‘꾸생’이다
‘꾸안꾸’는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닙니다. 요즘은 ‘꾸며야 산다’, 일명 ‘꾸생(꾸며야 생존)’이죠. 외모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입니다. 잘생기려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꾸미는 겁니다.
남자든 여자든, 외모는 자존감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타인을 향한 매력보다 나 자신을 위한 방패입니다. 취업도, 연애도, 인간관계도… 결국 나를 포장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남성다움의 변화
예전엔 꾸미는 남자는 ‘유약하다’, ‘유별나다’는 시선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Z세대에게 남성다움은 더 이상 거친 모습이 아닙니다. 감각적이고 섬세하고, 스스로를 가꿀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남자’로 보입니다.
“외모에 집착하는 남자는 속이 비었다”는 말은 시대착오적인 편견일 뿐입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뷰티는, 오히려 자기 이해의 증거입니다.
립밤 하나에도 의미는 있다
남자들이 립밤에 집착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겁니다. 조금 더 나아 보이고 싶은 마음, 조그만 자신감이라도 더 얻고 싶은 심정. 그게 얼굴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나를 바꿉니다.
혹시 당신도 립밤을 바르고 거울을 본 적이 있나요? 그냥 입술 보호가 아니라, 오늘 하루의 태도를 결정짓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당신도 이제 꾸민다는 말의 새로운 정의 속에 있는 겁니다. 그러니, 오늘 립밤 하나쯤은 바르셔도 됩니다. 아주 당당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