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처럼 보이기’에 중독된 사회
트렌드 · 2025-05-10
보여주는 성공 vs. 쌓아가는 성공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는 타인의 삶을 엿본다. SNS 속 누군가는 늘 생산적이고, 정돈된 공간에서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듯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저 사람은 진짜 저렇게 사는 걸까? 아니면 그렇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걸까?”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되는 사람처럼 보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성과를 이루기보다, 이미 성과를 낸 사람처럼 보이는 연출에 시간을 쏟는다. 자기소개를 쓸 때도, 프로필 사진을 고를 때도, 컨퍼런스에 참석할 때도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보다 ‘어떻게 보일 것인지’다.
포장 기술이 실력을 앞서게 될 때
그 중심에는 ‘브랜딩 강박’이 있다. 특히 프리랜서나 창작자처럼 스스로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일수록 그 압박은 크다. 누가 먼저 실력을 증명하느냐보다, 누가 더 먼저 성공 프레임을 구축하느냐가 경쟁의 출발선이 된다. 그리고 그 프레임은 종종 현실보다 앞서 나간다.
예를 들어보자. 한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촬영한다. 아침 5시에 기상해 요가를 하고, 커피를 내리며 하루 계획을 수첩에 적는다. 편집된 영상은 매우 효율적인 하루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실생활의 1%인지, 99%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그렇게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미지 메이킹은 그렇게 진실보다 앞선다.
왜 우리는 그렇게 연기하는가?
왜 사람들은 이토록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에 몰두할까? 그 배경에는 비교심리와 자기확신의 결핍이 있다. 나보다 나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틈에서, 사람들은 점점 불안해진다. “나는 지금도 이렇게 허둥대는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단단하지?” 이런 생각은 어느 순간,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번진다. 실력을 키우는 대신 이미지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충동은 그 불안을 덜어내는 임시방편이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런 시기를 겪었다. 별다른 성과가 없던 시절, 괜히 책 읽는 모습을 연출해 사진을 찍고, 회의 중인 듯한 각도로 노트북 화면을 캡처했다. 그건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기보다, 나 자신에게 ‘나도 뭔가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
혹시 당신도 그런 적 있지 않은가? 보여주기 위한 일상, 연출된 열정, 과장된 자기계발. 처음엔 작은 습관이었지만, 어느새 삶의 리듬이 바뀌고, 본질은 점점 희미해졌을지도 모른다.
이미지보다 자기확신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괴리감이다. 이미지와 현실이 어긋날수록, 사람은 자신에게 실망하게 된다. 브랜딩은 커졌지만 자존감은 작아진다. 그리고 그 공허함은 또 다른 연출로 덮여간다. 결국 허영이 아니라, 자기 확신이 문제였던 것이다.
성공은 과시가 아니라 내실이다. 빠르게 만들어지는 프레임은 쉽게 무너지고, 오래 쌓인 실력은 서서히 드러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멋있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나를 밀도 있게 채워가는가다.
당신이 지금 만들고 있는 삶은, 누군가의 시선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위한 것인가?
이미지 메이킹보다 실력 쌓기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확실한 성공 전략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