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된 걸까? 돈 벌수록 친구가 줄었다

심리 · 2025-06-12

“왜 돈을 벌수록 내 곁엔 사람이 줄어들까?”

처음엔 꿈이었고, 노력의 결과였고, 인생 역전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웃을 일이 줄어들었다.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던 시간은 줄고, 모임 약속은 ‘나중에 보자’는 말만 남겼다. 내가 바빠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변이 변한 걸까?

A man walking down a street next to a tall building Photo by Shannon Dinh on Unsplash

관계의 무게중심이 바뀔 때

돈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생활 반경과 환경이 바뀐다. 식사 장소, 취미, 관심사까지도 달라진다. 그 변화는 기존 친구와의 공통 분모를 줄이고, 대화 주제를 바꾼다. “얘랑은 이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게 마음속 거리가 멀어진다.

게다가 ‘돈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타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 의도 없던 한 마디가 “뭐, 돈 많으니까 그렇지”라는 반응으로 돌아올 때, 말문이 막힌다. 질투, 위축, 거리두기 같은 감정은 자연스럽게 관계를 흐리게 만든다.

외로움의 정체는 ‘비대칭성’

많은 부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근본은 관계의 비대칭성에 있다. 돈이 없는 시절엔 조건 없이 친구가 되어주던 사람도, 이제는 마음속 계산기를 꺼내 들기 시작한다. “얘랑 있으면 뭘 얻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감정을 피곤하게 만들고, 진심을 회피하게 한다.

반대로,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상대방이 ‘기죽는’ 상황이 생긴다. 식사값을 내는 일, 선물의 크기, 사소한 지출에서조차 불편함이 감돌기 시작한다. 경제적 격차는 결국 정서적 거리를 만든다.

내가 변했을까, 그들이 변했을까?

돈을 벌고 나서 친구가 줄어든 사람들은 종종 자책한다. “내가 너무 바빠서 연락을 안 했나?”, “잘난 척처럼 보였나?” 하지만 이는 단지 변화에 따른 심리적 부작용일 수 있다. 성장의 과정에서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인간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과거처럼 단순한 감정 교류보다,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관계로 재편할 수도 있다. 진심을 공유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양보다 질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woman in black dress sitting on red car Photo by Tasos Mansour on Unsplash

친구를 잃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간관계는 소모적일 수도, 회복적일 수도 있다. 돈을 벌고 나서 관계가 줄어들었다면, 그것은 정리가 필요한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걸러낸 것일 수 있다.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만이 남는 과정은, 외로움이 아니라 정화일 수 있다.

부자로서의 외로움을 인정하되, 거기에 매몰되지는 말자. 자신이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할 때 평온한지를 더 잘 알게 된 지금이 오히려 진짜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