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오요안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을까?

심리 · 2025-05-20

왜 우리는 오요안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을까?

출근길 버스 안, 눈을 뜨자마자 숨이 막혔던 적 있나요? 회사 문을 열기 전부터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던 기억. 누군가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일지 모르지만, 어떤 이에게는 생존의 끝자락이기도 합니다. 오요안나, 그녀는 그런 순간을 반복적으로 겪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왜 듣지 못했을까요?

오요안나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었습니다. 무대 위를 꿈꾸던 소녀는 방송국 스튜디오로 무대를 옮겼고, 2021년 MBC 기상캐스터로 활약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언제나 밝았지만, 카메라 뒤의 삶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수면제와 술에 의존하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그녀의 일상은 치열했고, 외로웠습니다.

그녀는 선배 기상캐스터로부터의 지속적인 언어적 압박과 무시, 공개적인 질책에 시달렸습니다. “왜 이런 것도 몰라?”, “넌 진짜 안 되겠다” 같은 말들이 무심히 던져졌고, 그녀는 그 말들에 자신을 갉아먹혔습니다. 괜찮다고, 참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몸과 마음은 점점 망가졌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종종 ‘견딜 수 있는 일’로 포장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신을 마모시키는 감정적 폭력입니다. 주변에서는 “그 사람 원래 그래”, “사회생활 다 그런 거야”라며 덮어버립니다. 문제는 바로 그 무관심입니다. 피해자는 침묵하고, 가해자는 반복합니다. 우리는 과연 그녀의 고통에 귀 기울였던 적이 있었을까요?

2024년 9월, 그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28세. 너무도 짧았던 삶의 끝에서 남겨진 건, 그녀가 마지막까지 남기려 했던 말일지도 모릅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당신은 괜찮나요? 혹시 옆자리 동료는 오늘 웃고 있지만, 내면은 울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는 누군가의 작은 신호에 민감해야 합니다. 정신 건강은 더 이상 숨겨야 할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생존의 기본입니다.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단순한 갈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법적 제도는 물론, 조직 내부의 정서적 지원 시스템도 필수입니다. “버티는 사람”만이 아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woman wearing black crew-neck shirt Photo by Aiony Haust on Unsplash

그녀의 마지막 하루, 누가 옆에 있었을까요. 나는 그 질문을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내 주변의 누군가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