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왜 할수록 더 헷갈릴까?
궁금증 · 2025-05-12
“간편하다며?” 실손보험 청구가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
병원 진료는 3분이면 끝났는데, 실손보험 청구는 왜 이리 복잡할까요? 요즘은 앱으로 간편하게 된다고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여전히 쉽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때는 영수증을 다시 떼러 병원에 가야 하고, 어떤 때는 '이 서류는 안 된다'며 다시 사진을 찍어 보내야 합니다. 왜 이렇게 헷갈릴까요?
실손보험은 우리가 병원비를 낼 때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입니다. '실비보험'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고 있지만, 정작 청구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은 여전히 큰 편입니다. 분명히 보험사들은 '간편 청구 시스템'을 강조하는데, 왜 사용자들은 반대로 느끼는 걸까요?
문제는 앱이 아니라, 청구 과정 자체
보험 청구가 헷갈리는 이유를 단순히 “앱이 불편해서”라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사용자의 나이에 따라 스마트폰 조작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과정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병원에서는 진료 확인서만 있어도 되는데, B 병원은 진단서까지 요구합니다. 어떤 보험사는 사진으로 찍은 영수증도 괜찮다는데, 어떤 곳은 꼭 스캔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병원마다,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기준이 달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간편’하다는 말이 더 혼란스러운 이유
보험사 앱이나 홈페이지에는 “5분이면 끝나는 청구!” 같은 문구가 큼직하게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그 5분 안에 끝나는 경우가 드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어떤 서류를 언제, 어디에 어떻게’ 제출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앱의 버튼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수준이 아니라, 제도 자체가 소비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류 요구 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병원마다 보험 처리 경험도 달라서, 결국 모든 책임은 ‘청구하는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이건 단순한 사용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 설계의 구조적인 한계입니다.
고령층에겐 더 큰 장벽
특히 50~60대 이상은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하더라도 보험 청구 절차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서류를 어디까지 제출해야 할지, 보험사 앱에서 어떻게 업로드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아예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실손보험의 본래 취지, 즉 누구나 쉽게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정신에 어긋납니다. 보험이 ‘돌려받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순간, 제도에 대한 신뢰도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필요한 건 표준화와 안내
실손보험 청구를 진짜로 간편하게 만들려면, 모든 보험사와 병원이 공통된 기준으로 서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청구 절차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절차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안내하는 방식도 필수입니다. 단순히 “앱을 더 잘 만들자”는 차원을 넘어선 문제입니다.
또한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각 보험사에서 청구 관련 정보를 더 선명하게, 현실적인 예시를 중심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예컨대 “이런 경우엔 진단서가 필요합니다” 같은 실제 상황 기반 안내가 훨씬 유익합니다.
결국, 다시 신뢰로 돌아가는 문제
우리는 건강을 잃었을 때 보험이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청구 과정이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면,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실손보험은 소비자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그 불안을 가중시키는 구조는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보험사는 소비자를 '기술을 못 쓰는 사람'으로 보지 말고,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가 시작될 때, 실손보험은 진짜 ‘간편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